시민방송 RTV 박대용 이사장의 여섯번째 편지
2022.11.11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안부 인사 조차 건네기 어려울 정도로 엄혹한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 결과가 우리 가족과 친구, 이웃들의 생명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면 무거운 책임감이 가슴을 누릅니다.
8년전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소망했던 바람이 어떻게 이처럼 허무하게 무너질 수가 있는걸까요.
후원회원 여러분께 자부심을 드릴 만한 소식부터 먼저 전해드리겠습니다.
며칠전 인터넷기자협회로부터 참언론상을 받았습니다.
기자로서 명예로운 상이기도 하지만, 재단법인 시민방송 이사장으로서 RTV를 살려낸 공로를 인정받는 상이기도 해서 후원회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날 수상 소감을 통해 밝혔습니다만 RTV 개국 20년만에 가장 믿기 어려운 소식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2002년 RTV가 TV 방송을 시작할 수 있었던 계기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였습니다.
스카이라이프가 처음 전파를 쏠 수 있었던 것도 RTV의 덕이기도 했습니다.
경쟁사를 제치고 위성방송 사업권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이 시민 참여 채널인 RTV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공익성 점수에서 차별화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개국 후 20년간 함께 해온 RTV를 스카이라이프가 퇴출 결정을 내렸습니다.
공교롭게도 퇴출 결정 시점이 시민언론 더탐사에서 청담동 룸바 게이트, 즉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그리고 김앤장 변호사들이 청담동 룸바에서 심야에 술자리를 가졌다는 폭로가 나온 직후였습니다.
시민언론 더탐사는 현재 RTV에서 매일 밤 9시에 방송되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된 이유는 RTV가 올해 장르내 콘텐츠 경쟁력 1위를 달리고 있는 채널이고, 작년에 비해 시청률과 시청점유율, 초방률 등 객관적 지표에서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카이라이프는 2021년 재정이 열악했고, 유튜브 콘텐츠를 TV로 송출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고 있으나 이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스카이라이프 스스로 콘텐츠 경쟁력이 1위라고 평가해놓고 퇴출을 결정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기 때문입니다.
스카이라이프는 KT의 자회사이며, KT는 국민연금이 대주주입니다.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고, 과거 MB 정부때는 청와대 대변인을 하던 김은혜 씨가
KT 전무로 임명된 적이 있었고,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딸을 부정채용시킨 적이 있는 곳입니다.
그만큼 정권의 눈치를 보는 곳인데다 자회사인 스카이라이프의 사장은 KT 사람입니다.
갑작스런 결정에 스카이라이프에 항의 방문을 하러 간 자리에서 스카이라이프 담당자는 RTV 이사장인 제가 더탐사 기자로서 참석한 기자회견에 대해 불쑥 얘기를 꺼내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는 했으나 자신도 모르게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스카이라이프는 10년전에도 비슷한 일을 저지른 적이 있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시작되자 당시 한나라당에서 RTV에 대한 탄압이 있었고,
정부 지원 예산을 모두 삭감하는 조치가 내려졌을 때, 스카이라이프도 재정 지원을 끊었습니다.
그때도 RTV가 한미FTA 관련 집회를 생중계 하고 난 뒤에 탄압이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스카이라이프가 개국 당시 RTV 덕에 위성방송 사업권을 따낸 뒤 약속했던 재정 지원을 정권 차원의 언론탄압에 편승해 슬그머니 끊어버렸습니다.
이후 RTV는 재정난을 겪다 2021년 존폐 기로에 설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었던 것인데, 스카이라이프는 2021년 재정난을 문제 삼아 이번에 퇴출 결정을 내렸습니다.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IPTV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또 다시 가장 치명적인 결과를 안겨준
스카이라이프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스카이라이프의 이번 결정에 물러서지 않으려고 합니다.
우선 스카이라이프에 항의 공문을 제출했고,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스카이라이프의 퇴출 결정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현재 RTV를 통해 방송중인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과도
연대해나가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스카이라이프가 퇴출 결정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스카이라이프가 RTV를 퇴출하게 될 시점은 내년 5월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전에 방통위 공익채널 심사 결과도 나올 것이고, 스마트 TV를 위한 RTV 애플리케이션도 출시될 것입니다.
또한, 스카이라이프에서 퇴출되더라도 케이블TV를 통해서는 시청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IPTV 진출을 위한 준비가 이번 스카이라이프의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대응중입니다.
시민 여러분,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갈 때, MBC 취재진을 전용기에 태우지 않은 것 때문에 국내외 언론계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미국 순방때 윤석열 대통령이 MBC 카메라 앞에서 한 말 때문에 큰 홍역을 치른 뒤 내린 조치여서 보복성 조치라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카이라이프의 RTV 퇴출 결정은 MBC 취재진에 대한 보복성 조치와 다를 바 없습니다.
서울시는 최근 마을미디어에 대한 지원을 내년부터 중단할 예정입니다.
탄압은 약한 고리부터 먼저 시작됩니다.
MBC와 RTV, 그리고 마을 미디어의 사례만 보면 다른 언론들이 정권의 눈밖에 났을 때 어떤 일을 당하게 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권력은 10년을 못가고, 활짝 핀 꽃도 열흘을 가지 못한다고 하지요.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습니다.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좌절하고 멈춘다면, 시민들께 실망감만 드리게 될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을 믿고 가겠습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결국은 시민이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격려와 응원 감사드리며, 더 나은 RTV가 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11월 11일
재단법인 시민방송 RTV
이사장 박대용 올림